“……당신은 죽었습니다.”
어둠 속.
맑은 목소리가 울렸다.
“심장마비인가요?”
“그렇습니다.”
여신은 담담했다.
“앞으로 두 가지 길. 현실로 다시 태어나거나, 이세계로 환생하거나.”
방이는 턱을 긁적였다.
“치트 능력은요?”
“물론 있다. 원하는 게 뭐냐?”
잠시 고민.
그리고 피식 웃음.
“그럼 돈이요. 현실은 다 봤습니다. 이번엔 이세계에서 돈으로 살아보고 싶네요.”
“…돈이라. 흥미롭군.”
여신이 손을 들어 올리자, 황금빛 주머니가 허공에 떠올랐다.
“자본금, 금화 1억. 이것이 네 치트다.”
방이는 주머니를 움켜쥐었다.
“좋네요. 월세 대신 금화라. 마음에 듭니다.”
빛이 몸을 삼켰다.
여신의 목소리가 멀어진다.
“새로운 세계에서 행운을.”
“……여기가 여관이라고?”
천장 물방울.
바닥은 삐걱.
곰팡이 냄새까지.
방이는 얼굴을 찌푸렸다.
“손님… 어서 오세요.”
카운터 뒤에서 소녀가 허둥댔다.
곱상한 얼굴. 근심 가득한 눈빛.
방은 2층 끝.
창문은 금이 가고, 침대는 휘청거렸다.
‘이거 완전 망한 업장이네. 월세로 치면 보증금도 못 건져.’
밤.
아래층에서 흐느낌이 들려왔다.
“아버지… 제발 일어나세요. 약값도 없는데, 이대로면 여관은 문 닫아버려요.”
다음날 아침.
소녀가 묽은 수프를 내밀었다.
“손님… 오늘만 주무시고 다른 곳으로 가시는 게 좋아요.”
방이는 빵을 씹으며 미소 지었다.
“아니요. 오히려 마음에 드네요.”
“…네?”
“왕도로 이어지는 길. 곧 완성됩니다. 이 자리는 요충지예요.”
소녀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여관은 무너져가요.”
“그래서 개조가 필요한 겁니다. 간판, 창문, 침대. 조금만 손보면 됩니다.”
방이는 은화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렸다.
“선계약금입니다. 간판부터 바꿔오세요. 이름은… 황금 사과 여관.”
소녀는 눈이 커졌다.
“황금 사과라니… 이상하지만 마음에 들어요.”
방이는 씨익 웃었다.
“좋습니다. 이제 시작이군요.”
며칠 뒤.
『황금 사과 여관 』
촌스러운 이름.
그러나 눈에 확 띄었다.
인부들이 들렀고, 기사단 병사들도 쉬어갔다.
입소문은 퍼졌다.
그리고, 기사단 장교가 들어왔다.
“이곳이 황금 사과 여관인가?”
“네, 맞습니다.”
장교는 실내를 둘러보다가 방이를 노려봤다.
“위치가 요충지다. 여관을 왕국에 매각하라.”
방이는 팔짱을 꼈다.
“좋습니다. 단, 금화 삼백.”
“터무니없다!”
“터무니없다뇨? 오늘은 삼백. 내일은 오백일 겁니다.”
장교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잠시 후, 한숨.
“…좋다. 금화 삼백.”
계약 성사.
방이는 금화 주머니를 허리에 차며 웃었다.
“역시 부동산은 진리.”
그날 밤.
소녀는 눈물이 글썽였다.
“아버지 치료비도, 빚도… 모두 해결됐어요. 다 방이님 덕분이에요.”
방이는 고개를 돌렸다.
“남는 장사였을 뿐입니다.”
“…정말 그렇게만 생각하세요?”
“…조금은 보람 있네요.”
다음날 새벽.
방이는 마차에 올랐다.
“그럼 이만.”
“잠깐만요!”
소녀가 달려왔다.
붉게 상기된 얼굴.
“저… 방이님과 함께 가고 싶어요.”
방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손을 내밀었다.
“좋습니다. 대신 각오는 하셔야 돼요. 제 삶은 전쟁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손과 손이 맞닿는다.
마차는 덜컹거리며 왕도를 향해 굴러갔다.
방이는 씨익 웃었다.
“이세계도 다를 게 없네. 결국은 땅이 답이지.”
왜 돈이 필요해?
다 봤다면서? 다 안 본 거 같은데?
여기서 바로 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