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고블린 슬레이어
플롯1: 숲속의 조우
숲속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찢겨나간 천막, 불길에 탄 나무, 고블린들이 비명과 함께 흩어지며 도망치고 있었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무심한 눈빛으로 검을 뽑았다. 언제나처럼, 그는 고블린을 토벌하러 왔다.
“고블린은 죽인다. 방법은 중요치 않다.”
그의 철칙은 단순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이상했다.
땅바닥에 널브러진 고블린들이, 모두가 하반신을 움켜쥐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큭… 크르르…!”
“아래가…! 아래가!!”
괴상한 신음이 숲을 메웠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잠시 멈춰섰다.
“내가 오기도 전에… 누군가 사냥을 시작했다.”
그 순간, 피비린내 사이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인물이 있었다.
투구. 두 눈을 가리는 철제 투구, 그리고 붉게 물든 장검.
언뜻 보면 고블린 슬레이어 자신 같았다.
“…?”
고블린 슬레이어는 본능적으로 검을 들었다.
투구의 그림자는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고자 슬레이어다.”
침묵.
고블린 슬레이어는 잠시 말을 잃었다.
고블린…? 고자…? 발음이 묘하게 비슷했다.
뒤늦게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
“네 목적은… 고블린인가?”
“아니. 나는 급소다.”
고블린 슬레이어는 그 답을 곱씹었다.
급소? …이상한 철학자 놈인가?
하지만 주변에 널브러진 고블린들을 보니 확실했다.
모두 같은 방식으로 쓰러져 있었다.
하반신에서 시작된 공포.
잠시 침묵이 흘렀다. 두 투구의 시선이 부딪혔다.
거울을 보는 듯 닮았지만, 철학은 달랐다.
하나는 특정 종족을, 하나는 특정 부위를 집착적으로 추적한다.
“…적어도, 둘 다 고블린에게는 재앙이겠군.”
고블린 슬레이어가 그렇게 말했을 때, 멀리서 다시 고블린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끼에에에에엑—!!”
그 순간, 두 투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검과 심안. 서로 다른 방식의 살기를 품은 두 전사가, 같은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