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하면 일확천금도 꿈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런 기회가 일반인에게 돌아오지는 않겠지"
인터넷에서는 아이템 박스가 발견되었다거나, 전이 마법이 있다거나 하는 그런 소문이 난무했지만, 오브 사용자의 정보는 은폐되는 경향이 강해 신빙성은 낮았다.
물론, 자신의 정보를 본인이 공개한다면 그것은 자유다. 그 결과 자신이 조금 불편해지더라도 주목받는 건 확실할 테니까.
그래서 연예계에서는 Dg48 같은 그룹까지 생겨났다. '최애'에게 스킬 오브를 제공하면 그 스킬 오브가 사라질 때까지 둘이 데이트 비슷한 걸 할 수 있다고 한다.
절조가 없다고 하면 그 말 그대로, 악수권 장사도 여기까지 왔나 하고 야유을 받았지만, 이게 넉살을 떤다고 하는 거겠지.
"배우고 싶네, 정말"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 액셀을 밟아 차를 출발시킨 바로 그때, 도로에서 타이어가 미끌어지는 듯한 감각과 함께 차가 튕겨나는 것처럼 움직였다.
"뭐, 뭐야 이건?!"
교차로를 건너던 차들이 여기저기서 부딪혀 사고를 내고 있었다.
"크, 큰일 났다!"
도로에서 벗어나려고 억지로 핸들을 꺾어, 무슨 공사 현장으로 돌진한 순간, 앞바퀴가 걸려 스핀을 했다. 깊은 땅꺼짐이 생겨 있었고, 거기에 타이어가 빠진 모양이었다.
이렇게 되어 버리면, 액셀을 떼고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휙 하고 깔끔하게 한 바퀴 회전한 차 옆에, 뭔가 작은 그림자가 나타난 것 같았지만, 이미 차의 움직임은 통제 불능이었다. 차 바닥에 쿵 하는 큰 소리가 울린 순간, 식은땀이 한꺼번에 솟구쳤다.
"아까 그거, 설마……"
사람은 아니겠지?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크기로 봐선 어린애일 거야.
꽤 세게 부딪혔고, 만약 휘말렸다면 찰과상 정도로 끝날 리가 없었다.
무사하기를 빌며, 회전하는 차 안에서 필사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렇게 철근을 대량으로 실은 큰 트레일러에 부딪히기 직전, 차는 겨우 멈췄다.
나는 서둘러 문을 열고 비 속으로 뛰쳐나가 부딪힌 것을 찾았다.
비바람은 더욱 거세져 물보라 속에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 떨어진 트레일러 옆에 검은 무언가가 쓰러져 있었다.
"이봐, 괜찮아?"
급히 그 그림자 쪽으로 달려가 손을 내밀려는 순간, 그 이상한 모습을 눈치챘다.
영상으로는 여러 번 본 적 있지만,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은 어떻게 봐도 사람이 아니었다.
"고, 고블린?"
그렇게 중얼거린 내 눈앞에서, 고블린 같은 것은 검은 입자로 환원되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탁한 은색을 띤 한 장의 카드가 남겨져 있었다.
던전 카드──그것은 사람이 처음으로 마물을 쓰러뜨렸을 때 반드시 드롭되는 카드다.
어떻게 소유자의 이름이나 기재된 내용을 취득하는지, 모르는 점 투성이인 카드라 한때는 희귀한 금속이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지만, 결국 흔한 소재였던 모양이다.
에이리어는 그 던전 카드가 발현한 장소를 나타내고 있다.
던전 카드의 정보를 통해 귀납적으로 추론한 결과, 서경 110도~120도를 에어리어 1로 하고, 이후 지구의 자전 방향으로 경도 10도 폭마다 에어리어 번호가 1씩 증가하여 에어리어 36에서 한 바퀴를 돌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캐나다의 폰드 인렛에서 이누이트 남성이 에어리어 0의 카드를 획득한 사건으로 인해, 극지방이 에어리어 0으로 설정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어쨌든 동경 139도대의 도쿄는 에어리어 12의 동쪽 끝자락에 해당하는 셈이다.
"랭크 99,726,438인가?"
랭크는 쓰러뜨린 마물로부터 얻은 무언가──편의상 게임에 빗대어 '경험치'라 불렸지만──로 전 인류를 나열한 순위라고 알려져 있다.
나는 지금 처음으로 고블린을 쓰러뜨렸으니, 전 세계에서 고블린 한 마리보다 더 많은 마물을 쓰러뜨린 사람이 9천9백만 명 이상이라는 뜻이다.
인류의 70분의 1이 이미 마물과 접촉했다는 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 숫자다.
그런 생각을 멍하니 하며 나는 깊게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어쨌든, 어린아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주운 카드를 주머니에 넣고, 나는 안도감에 힘이 빠져 뒤에 있는 트레일러에 기대어 앉았다.
교차로 근처에서는 혼란스러운 소리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금 전은 큰 지진이었던 모양이다.
"우리 집, 괜찮았을까"
어쨌든 지은 지 오십 년은 넘었을 거라는 2층짜리 허름한 공동 주택이다. 큰 지진에 무너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이미 온몸은 흠뻑 젖어 있었다. 회사에 돌아가도 갈아입을 옷 같은 건 없고, 일단 집에 돌아가서──
그렇게 생각했을 때, 쓱 뒤로 몸이 미끄러지며 나는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쿵 찧었다.
"아야! 뭐야?"
무슨 일인가 하고 돌아본 내 눈앞에는 뒤로 밀려나는, 철근을 가득 실은 트레일러의 모습이 비쳤다.
"에?!"
트레일러가 밀려나는 그 앞에는 크고 깊은 균열이 벌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아슬아슬한 균형으로 멈춰 있던 트레일러에 내가 최후의 일격을 가한 모양이다.
다행히 트레일러는 땅꺼짐에 반쯤 삼켜진 상태로 멈췄지만, 실려 있던 대량의 철근──매우 굵고 긴──은 모두 그대로 구멍 속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아니, 이거 저절로 땅꺼짐에 삼켜진 거지? 나랑 상관없지? 배상 같은 건 절대 무리──"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땅꺼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대량의 철근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머리부터 발끝까지 쏟아지는 비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이제 와서 식은땀쯤이야 뭐 대수롭지 않다고 스스로도 영문 모를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철근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떨어진 것 자체가 뭔가 착각이 아닐까, 하고 땅꺼짐 옆을 돌아서 다가가자, 희미한 충돌음과 함께 땅속 깊은 곳에서 섬뜩한 목소리 같은 것이 울려 퍼지며, 휘청하고 다시 흔들림이 밀려왔다.
"엣!"
그리고 몸속에서 무언가에 쿡 찔리는 느낌과 함께 현기증 같은 감각에 사로잡혔다.
그것이 끝나고 눈을 떴을 때, 내 눈앞에 무지갯빛의 아름다운 오브가 나타나 있었다.
그것을 본 나는, 무심코 머릿속으로 낙하 거리를 계산하며 현실도피했다.
지름 4cm, 길이 10m 정도의 철근이 자유낙하했다고 치면 20초 가까이 지났을 테니 낙하 거리는…… 천 미터를 넘겠군.
"철근이 수직으로 떨어졌다고 해도 종단 속도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 같은데?"
무의미하게 중얼거린 내 눈앞에는 여전히 오브가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