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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제네시스 던전이 생기고 3년 - 1권 제01장 그리하여 우리들은 일을 그만두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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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7일 (목)

 

SECTION: 도쿄 국립경기장 아오야마문 부근

 

"쳇, 비라니"

 길가에 세워둔 차의 운전석에 앉아 앞유리를 두드리기 시작한 비를 보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가을도 깊어졌는데 차 안의 불쾌 지수는 급상승 중이다.

'그래서, 잘 처리했나?'

 핸즈프리 전화 너머로 불쾌 지수 급상승의 원인이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에노키 요시타케. 일단 내 상사다.

 이번에도 자신의 실수로 화난 클라이언트에게, 하급자인 나를 사과하러 보내다니…… 성의를 의심받아도 어쩔 수 없다.

"아니요.…… 거래는 끊는다고 하더군요"

'뭐라고?! 너, 무슨 식으로 사과한 거야!'

 중대한 사고에 하급 직원을 보내면 당연히 그렇게 되는 거 아냐. 너 바보냐, 하고 말하고 싶다. 정말로 말하고 싶다.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이번 사태에 저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여러 부서에서 편하게 이용당하고는 있지만, 어쨌든 연구직이야. 이 건은 영업 일이잖아. 게다가 상황 설명이 대충이어서, 문제가 DGB-2473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제품 개발 실패라는 걸 거기 가서야 처음 알았다고?

'뭐라고? 너희들이 만든 소재잖아?'

 뭐어? 마음대로 보증 범위 밖 환경에 영업해 놓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지만 DGB-2473에 대해서는 사용 매뉴얼에 제대로 된 주석이 들어가 있지 않았습니까? 사용 보증 환경을 벗어난 상태로 사용되면, 정해진 수치가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하지──"

'그거, 영업팀에 설명했어?'

 아니, 함부로 '괜찮아요, 쓸 수 있어요'라고 장담하기 전에, 영업하는 물질 설명서 정도는 읽어라.

"아니요, 직접은"

'그럼, 너희 실수잖아'

 에노키는 전화 너머에서 보고·연락·상담이 어쩌고저쩌고 떠들고 있었다. 아, 정말 귀찮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결국 네 실수라는 거지. 정말 쓸모없는 놈이구나. 됐어. 중요한 거래처를 잃었으니, 감봉은 확실하고 보너스는 제로라고 생각해'

 뭐어? 애초에 이 실수에 나는 무관한 거잖아? 당신 지시 아니었어!

 아무리 그래도 불평하려 하자, 상대방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아"

 뭔가 완전히 엉망진창이다. 감봉? 보너스 없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성공하면 내 능력, 실패하면 네 실수. 그런 놈이 왜 윗자리에 있는 거야?

"……그런 놈이니까 출세하는 건가"

 프로필만 보면 엄청난 경력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잖아.

"하아. 죽고 싶은 기분이야. 회사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커진다. 차 엔진을 걸자, 라디오에서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조금은 기분이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핸들을 잡은 왼손 집게손가락으로 리듬을 타며, 와이퍼 스위치를 켜자 그 음악이 갑자기 끊겼다.

"응?"

'속보입니다. 미국에서 마침내 중심도(中深度) 던전이 공략되었다고 합니다'

'오오ー'

 그 소식에 스튜디오가 웅성거렸다. 중심도 던전 공략이라 해도 잘 와닿지 않았지만 속보가 나올 정도면 중요한 일인 모양이다.

"중심도 던전이라. 분명 엄청난 아이템이 있었겠지"

 던전이 세상에 나타난 지 벌써 3년. 초기의 혼란은 가라앉았고, 던전 탐험도 약간 위험한 곳에 가는 낚시 정도로 자리 잡았다.

 마물을 쓰러뜨린다고 하면 뭔가 위험한 느낌이 들지만, 행위 자체는 낚시나 사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쪽이든 생명에 위험이 따르는 건 마찬가지다.

 나도 던전에나 들어가서 모험이라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어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차를 출발시켰다.

 이 근처──메이지 신궁 외원 주변──는 올림픽 관련 건축물도 많고, 지금도 큰 건물 몇 채가 지어지기 시작한 참이었다.

 비는 조금 기세를 더해 차 지붕을 두드리는 물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다.

'던전이 퍼진 지 3년, 드디어라는 느낌이네요. 오늘은 던전 연구가 요시다 하루키 씨를 모셨습니다. 요시다 씨, 잘 부탁드립니다'

 요시다 하루키.

 최근 자주 듣는 이름이지만, 연구가라는 점이 수상쩍네. 던전 랭크도 확실하지 않고. 제대로 탐험하고 있는 건가.

'잘 부탁드립니다'

'장소 말인데요, 에어리어 36. 콜로라도주 덴버의 마운트 에반스에 있는 서밋 레이크에서 발견된, 통칭 에반스 던전으로, 층수는 31층이었다고 합니다. 어떠세요, 요시다 씨'

'20층까지의 저심도 던전조차도, 정복된 것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으니, 이는 쾌거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군요—. 그런데, 중심도 던전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네. 지금까지 발견된 던전은 전 세계적으로 대략 80개 정도인데, 이를 편의상 저심도/중심도/고심도(주1)의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대심도(大深度)라는 건 들어본 적 있는데, 그게 아니군요'

'네. 국토교통성 용어인 대심도 지하(大深度 地下)는 기존의 지하 이용에 관한 개념이라 던전 분류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진 거죠'

'그렇군요'

'이것들은 층수로 정의되어 있으며, 21층 미만을 저심도, 80층 미만을 중심도, 그 이상을 고심도 던전이라고 부릅니다'

 소문에 따르면 각국 군대가 잠입한 결과, 소형 화기가 쓸모없어지는 경계선에서 정해졌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말이지.

'그렇다면 에반스 던전은 중심도라고 해도 그다지 깊지는 않은 거군요'

'아니요, 어디까지나 편의상 분류일 뿐이라서 그것도 확실히 말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정의에 따른 고심도 던전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무슨 말씀이신가요?'

'예를 들어 도쿄의 경우 자위대 대책 부대가 요요기 던전의 21층에 도달했습니다. 따라서 요요기가 중심도 이상인 것은 확실하지만──'

'실제 층수는 내려가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실제로 내려가서 21층 이상이 있다면 중심도라는 건 알 수 있지만, 애초에 그 정도로 공략이 진행된 던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물며 80층이 되면 아무도 도달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층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사실 던전은 31층까지만 존재한다는 것도 가능한 건가요?'

'누군가 32층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가능성으로서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던전은 저심도가 5개, 그 이상이 4개라고 발표되었습니다. 이건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어디까지나 추정치입니다. 현재는 던전이 생길 때 발생하는, 던전진이라 불리는 특수한 진동을 관측함으로써 그 던전이 차지하고 있는 지하 깊이──JDA에서는 던전 심도라고 부르며 미터로 표기됩니다──를 추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단하네요'

'지진 대국인 일본에서는 던전이 나타난 당시에도 Hi-net(주2)이나 GEONET(주3)이 이미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기록들과 대조해 보면서 알려진 던전들의 대략적인 부분은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만, 던전 내부는 알 수 없는 공간이라고 하더군요. 점유하고 있는 깊이와 층수 사이에 엄밀한 연관성이 있는지조차 사실은 알지 못합니다. 점유된 영역이 깊으면 층수도 많을 거라는 정도의 인식이죠'

'그랬군요'

'그렇게 얻어진 던전 심도와 국내에서 답파된 두 개의 저심도 던전의 층수를 비교해 다른 던전의 층수를 유추한 것이 앞서 말씀하신 추정이 되는 겁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에반스 던전의 최하층에서는, 여러 개의 스킬 오브가 드롭되었다고 하더군요. 내용은 아쉽게도 발표되지 않았지만요'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산물 중에서는 가장 알기 쉬운 꿈의 아이템이니까요'

"스킬 오브라……"

 

 

 

 던전이 나타났을 때, 세상은 큰 소동이 일었다.

 어쨌든 그 안에는 판타지 세계를 방불케 하는 몬스터들이 배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뿐이라면, 인간 사회에 위험한 육식동물이 숨어 있는 타이가 지대(주4)나 열대우림 같은 장소가 조금 늘어난 것에 불과했을 것이다.

 진정으로 세계를 뒤흔든 것은, 거기서 얻어진 세 가지 아이템──카드와 포션, 그리고 스킬 오브였다.

 처음 발견된 던전 카드──통칭 D 카드는, 그 오버 테크놀로지로 과학계 일대를 떠들썩하게 했다.

 하지만, 직접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다.

 마물을 처음 쓰러뜨렸을 때, 그 인간의 이름이나 각종 정보가 적힌 카드가 드롭되었다. 현상으로는 단지 그런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모험가의 스킬 확인 정도에만 사용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그저 더욱 신기한 물건이라는 인상 밖에 없었다.

 뒷면 상단에 작게 새겨진 열네 글자의 문자열에 사용된 기묘한 문자가 문헌학계에서 잠시 화제가 되었지만, 해독은커녕 문자 종류만 수집되었을 뿐이다.

 그 문자열이 후에 '더 링'에서 발견된, 표시가 변화하는 태블릿 모양 판의 표면에 쓰여 있던 문자열과 일치한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 다시 세간의 화제가 된 정도였다.

 

 하지만 다음에 발견된 포션은 달랐다.

 처음 드롭된 포션은 하반신이 절단돼 초주검 상태였던 군인 위에 드롭되어, 우연히 사용되면서 세상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 효과는 현대 의학을 비웃듯, 그의 하반신을 연결하고 절대 피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죽음' 그 자체로부터 그를 생환시켰다.

 그 사실만으로도 정부나 군은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이 앞다투어 던전에 사람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 발견된 다양한 아이템들로 인해 던전은 특수 자원의 광산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최초의 스킬 오브가 발견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은 인류를 다음 단계로 이끄는, 그런 아이템이었다.

 그것을 사용한 인물은, 놀랍게도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공상의 세계를 현실로 만든다. 그것이 스킬 오브였다.

 현재는 그것이 유전되는지 여부가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최전선에 있는 군인 등은 탐사 전에 유전자 지도를 등록하고 있다고 한다. 오브 사용 후와 비교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만약 최초의 오브 사용자가 그 직후에 아이를 가졌다면, 이제 곧 그 아이가 태어날 시점이지만, 그런 소식은 보도되지 않고 있다.

 민주적이지 않은 나라에서는 인공수정으로 대량 생산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어쨌든 그런 아이템이 유통되고, 게다가 범죄 등에 이용된다면 세계 질서가 붕괴될 수도 있다. 이를 두려워한 집권자들은 신속히 세계 던전 협회(WDA)를 설립해 던전산 아이템을 관리하려 했다.

 하지만 결국 스킬 오브 자체는 관리할 수 없었다.

 처음에 각지에서 모인 몇 개의 스킬 오브가 엄중히 보관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창고에서 사라져 버리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직원들의 횡령이나 부정이 의심되는 가운데, 수가 적다고는 해도 전 세계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한 그 사건들을 모두 인위적인 행위로 돌리기에는 어려웠다.

 그렇게 엄중한 관찰 끝에, 스킬 오브는 이 세상에 나타난 지 정확히 23시간 56분 4초, 즉 지구의 자전 시간과 동일한 시간 후에 소멸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는 스킬 오브의 유통이 극히 어렵다는 것을 의미했다.

 

 법적으로도 스킬 오브의 취급은 논란이 되었다.

 너무 희귀해서 경제적 가치가 전혀 정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용하지 않으면 24시간 후에는 반드시 가치가 제로가 된다. 그런 아이템을 단독으로 재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다양한 해석이 시도되었지만, 현재는 스킬 오브가 인간이 관리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동산에 해당하지 않으며, 그 무상 사용은 증여나 양도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가령 스킬 오브를 민법상 물건으로 간주한다 해도, 모든 스킬 오브는 무주물, 즉 소유자가 없는 동산이다.

 가령 A가 그것을 손에 넣었다 해도, A가 그 소유를 주장하지 않는다면 소유자가 없는 동산 그대로다. 그것을 B에게 건넸다고 해도, 소유자가 없는 동산을 건넨 것에 불과하며, A는 단순한 동산을 물리적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경로를 거쳤든 중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소유권을 선언하지 않으면, 결국 사용한 자의 소유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그 중간에 매매가 발생한 경우, 던전세가 부과된다.

 그렇게 세계는 스킬 오브 관리에 실패했지만, 결국 세계의 질서는 붕괴되지 않았다.

 스킬 오브의 수는 극히 적었고, 관리자가 파악하지 못한 오브 사용자는 더욱 적었다.

 물론 오브의 힘을 이용한 범죄가 범죄로 인식되지 않고 표면화되지 않았을 뿐일 수도 있지만, 그런 범죄는 오브 출현 이전부터 존재했을 테고,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오브지만, 카드를 갖지 않은 인간은 사용할 수 없었다. 오브의 혜택을 받으려면 한 번은 마물을 쓰러뜨려야 했다.

 그 결과, 약한 마물을 쓰러뜨리는 투어가 빈번히 이루어지게 되었다.

 스킬 오브를 얻을 확률이 아무리 낮더라도, 기회가 하루밖에 없다면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았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던전이 생겼을 당시에는 어느 정부도 뒤늦은 대응으로 혼란스러웠지만, 일 년이 지나자 법과 관리 체제가 정비되어 각 던전은 정부와 WDA에 의해 어떻게든 관리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注1) 저심도(低深度)/중심도(中深度)/고심도(高深度)

 

​원문은 浅深度(천심도​)/中深度(중심도​)/深深度(심심도​).

 

(注2) Hi-net

일본의 고감도 지진 관측망.

 

(注3) GEONET

뉴질랜드의 자연 재해 모니터링 시스템.

 

(注4) 타이가 지대

냉대 침엽수림 지역의 총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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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은 그렇다고 쳐도 낚시가 생명이 위험한 취미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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